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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발달장애아동, 성인 남성 5명에게 강제연행 당해
관리자 조회수:42 1.215.0.66
2020-06-29 14:11:37

성추행 신고당했다’는 인지 없이 강제연행 당한 아동, 트라우마에 시달려

 

장애계 “발달장애인 특수성 반영한 경찰 법령·지침 마련해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서석준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발달장애 초등학생이 지하철에서 성인 남성 5명에게 강제연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초등학교 6학년인 서 아무개 군(자폐성장애, 만 13세)은 매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에서 신길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학교에 다닌다. 혼자 지하철을 타려고 1년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등교를 하던 서 군은 평소처럼 신길역에서 내릴 수 없었다. 한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당해 신길역에서 하차를 저지당했기 때문이다. 서 군은 150cm에 40kg으로 덩치가 크지 않다. 그러나 영등포시장역에 기다리고 있던 역장 1명, 역무원 2명, 승객 2명 총 성인 남성 5명이 서 군을 둘러싸고 역무실로 강제 연행했다. 15분 뒤에 중앙지부대와 지하철경찰대가 도착하였고, 이후 아동은 부모에게 인계됐다.

 

 

서 군의 어머니 김현주 씨는 “자폐성 장애의 부모들이라면, 아이가 내리려던 역에서 못 내리게 하거나 강제로 이동하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라며 “어떤 방식으로 연행했는지 무척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서 군의 부모는 연행과정에서 사람들이 서 군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 군은 당일 복지카드와 장애인지하철 우대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에 관해서 지하철경찰대 총괄계장은 “역무원들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지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하철 경찰대 수사관의 경우 서 군에게 ‘몇 학년인가’를 물었는데, ‘동생과 만나야 한다’는 대답을 해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발달장애인은 우선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전담수사관을 둔다는 매뉴얼에 따라 그날 서 군을 조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날 사건에 대해 서 군은 여전히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신길역에서 못 내렸다. 학교에 못 가 아빠가 화났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일로 심한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 지난 15일 소아정신과 주치의와의 상담에서 서 군은 “신길역에서 내리려 했는데 사람들이 붙잡았다. 팔을 잡고 막았다. 학교 가야돼요. 울면서 내리겠다고 했는데 못 내렸다”라는 말을 하며 울먹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머니 김 씨는 “사건이 있은 직후 겁이 나서 지하철도 못 타고, 마을버스도 못 탄다”며 “안전을 위해 갖고 다니던 키즈폰의 사이렌 소리도 무섭다며 차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 군은 아버지의 차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서 군의 부모님, 장애단체는 지하철경찰대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 허현덕

 

부모는 조사를 통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의 말 바꾸기에는 분노했다. 사건 당일 지하철경찰대 수사관은 자초지종을 묻는 부모의 물음에 지난 3일에 일어났던 성추행 건에 대해 10일, 여성의 신고로 붙잡힌 것이라고 했다. 즉 3일에만 성추행 혐의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서 6월 13일 아들과 함께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인 25일에는 지하철경찰대에서 사건을 종결해줄 테니, ‘장애인 진단서 및 의사소견서’ 등을 제출하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면담에서 지하철경찰대는 3일과 10일 양일, 동일한 혐의가 있었다며 절차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담당 경찰관 이름을 수시로 바꾸고, 서 군의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말을 달리했다. 최종적으로 경찰이 밝힌 서 군의 혐의는 ‘여성을 향해 손을 뻗어 만지려고 다가왔다’였다. 아버지 서석준 씨는 “경찰은 ‘소년원까지 보낼 수 있는 사안’이라는 말로 우리를 협박했다”며 “진단서와 의사소견서만 제출하면 종결해주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다시 절차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경찰의 말 바꾸기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 장애계, 발달장애인 특수성 반영한 경찰 법령·지침 마련해야

 

 

서 군의 강제연행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3개 장애단체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와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령과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발달장애아동은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의사와 무관하게 또는 의사에 반해 모르는 사람에 의해 끌려가서 두려움에 떨었다”며 “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체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임의동행이라고 했는데, 임의동행은 범죄 용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본인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서 군을 지하철 역무실에 30분가량 붙들고 있었다면 불법감금에 해당할 여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 군의 강제연행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3개 장애단체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와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령과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형사소송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는 의사소통조력인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심문을 받거나, 재판 절차가 진행될 때에만 해당되며, 연행과정에 대한 의사소통조력 제도나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나 변호사는 “경찰은 지난 6월 10일 ‘경찰관 인권행동강령’ 훈령을 선포했는데, ‘장애 등을 이유로 누구도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여 한다’ 등의 추상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며 지적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은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일 때 모두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더욱 보호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서 군은 초등학생이고, 연행과정에서 강제적·물리적 행사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달장애인에게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수사정보공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기관은 연행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법령 또는 경찰청 지침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서울지방경찰청 책임자와의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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