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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4] 장애인권 증진하는 인권위·법무부로 거듭나길
관리자 조회수:42 1.215.0.66
2020-06-10 15:44:10

인권위 독립성·장애 위원, 법무부 시정명령 요건 완화 필요

 

 

▲ 국가인권위원회 진정함 상징하는 그림(좌측), 진정 뒤 권고를 인권위가 법무부에 제출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그림(우측).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작년 1월~10월까지의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장애계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 말 인권위는 이에 대해 의견표명을 했다.

내용인즉슨 피진정인인 정치인들이 상대방을 낮게 싸잡으려고 정신장애인 등보다 못한 사람으로 부르는 등 장애인 혐오 용어를 사용했으나, 장애인 집단을 예로 들어 표현한 것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진정을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크니 국회의장에게 주의 촉구 및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아울러 장애인 비하 표현을 명백히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에 따라 장애인 집단을 예로 표현한 것은 발언자의 역할, 위치, 내용,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소수의 의견도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인권위 의견표명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라는 한 정치인의 발언은 특정한 정신장애인을 가지고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장애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명백하고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도 엄청나기에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권위라면, 장애인 차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철저하게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정 권고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강력한 시정 권고 대신 단순 의견 표명하는 인권위를 보며,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국회 등의 입법부의 눈치를 보는 듯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독립적인 위치에서 인권적인 관점을 가지며 인권침해 시 강력한 시정 권고를 하고 실제로 인권증진 활동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인권위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강력한 시정권고 대신 단순의견표명에 그친 인권위를 상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올해 1월 2일 규탄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하지만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며 북한 인권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행정부에 대한 인권위의 독립성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더군다나 장애에 대한 감수성을 갖춘 장애인 당사자 인권 상임/비상임위원이 입장표명 당시 인권위 내에 1명밖에 없었고, 현재는 아예 없다.

얼마 전 인권위 상임후보에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휴먼재활학부 교수, 주영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 세 명이 추천되었다. 우주형 교수가 상임위원에 뽑히면 그나마 장애인 당사자가 인권위 내에 1명이라도 있을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결과는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몫이었다. 그리고 비상임위원으로 양정숙 변호사가 뽑혔다. 이처럼 인권위 상임/비상임 위원은 거의 대부분 법률 전문가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인권에 아무리 신경을 쓰려 해도, 장애 인권 감수성보다는 법리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간 입장표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강력한 시정 권고를 한다손 쳐도, 권고를 계속 어기면 진정인의 신청을 받거나 신청이 없더라도 법무부 장관은 피진정인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43조에 나온 시정명령 관련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다.

그리고 시정명령을 행사하려면 ①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야 하고, ②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③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하며,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반복적이거나 고의적이어야 한다.

결국 시정명령의 엄격한 요건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총 2차례 시정명령이 이루어졌을 뿐이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권고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시정명령도 없었다.

 

 

 

▲ 2006년 어느 단국대 대학생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진.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얼마 전 4·15총선에서 장애인 비례대표로 나섰던 미래한국당(이하 미한당)의 김예지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후보는 시각장애인으로 자신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을 끌고 다닌다.

 

하지만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국회사무처에서 안내견을 국회 내에 반입하도록 허용할 거냐 말 거냐를 가지고 논의한다고 했다. 그런데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지역사회 활동 및 의정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시각장애인에겐 정당한 편의이자 동시에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당당한 권리를 국회사무처에서 논의한다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보지 않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국회의 인식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서 인권위가 강력 시정 권고하길 바라는 취지로 긴급진정을 했다.하지만 인권위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독립적이지 않고 인권위 내에 장애 감수성이 있는 장애당사자 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현실이라 김예지 당선인 관련 진정 건에서 강력한 시정권고가 나오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이런 우려가 제발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비례대표 시각장애인 당선자의 안내견 국회 출입 논란과 관련해 긴급진정 기자회견을 한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권위 내에서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대해 인권위가 독립적인 위치에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으니 이에 대해 조치를 마련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장애 감수성이 있는 장애 위원 비율에 대한 구체적 명시 등의 근거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가 인권위 상임/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시정명령의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명령을 행사할 수 있게끔 시정명령 요건 완화내용을 장차법 상에 명시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해 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도록 하는 조처를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독립성을 보장받고 장애 감수성이 있는 권고를 내리는 모습이 많아져 인권위가 진정 장애인 인권은 물론 시민들의 인권을 증진하는 기관으로 다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강력한 시정명령으로 역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기여하는 법무부로 거듭나는 모습이 가까운 장래에 현실로 되어가길.

마침 이번 김예지 당선인 관련 진정 건이 있으니 차후 이 건에서 강력한 시정 권고를 내렸다고 지상파나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인권위가 입법부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삼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갖추는 계기를 하루빨리 마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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